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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에서 온 감사편지

조회 수 4593 추천 수 0 2010.09.03 20:39:16

*우리교회에서는 10년째 연변에 장학금을 보내고 있습니다.

첫 수혜자였던 학생이 이제는 어엿한 변호사가 되어 감사의 마음을 전해왔습니다.

사람을 세운다는 것이 얼마나 보람된 일인지, 교회가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어 그리스도의 빛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기만 합니다. 9월 로고스지에 실린 글이지만 더 많은 분들과 쉽게 나누고 싶어 자유게시판에 올립니다.

 

목사님, 미국에는 잘 돌아가셨는지요?
사모님한테서 촉박한 일정을 들었습니다. 여러분 모두 참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10년 만에 고마운 분들 얼굴 다시 뵐 수 있어서 너무 반갑고 기뻤어요...^^
 
이번 10주년 기념활동, 그리고 여러분들과의 만남은 아직 30도 안 되는 저의 인생에 10년이란 긴 시간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한번쯤 다시 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10, 막상 돌이켜 보면 아마도 제 인생에서 가장 활기 있고 힘들었고, 그리고 가장 빛났던 시간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한번쯤은 목사님과 여러분에게 장학금을 받고 어떻게 공부하고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또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못난 자존심 때문이라 할까요 뭐 하나 딱히 한 것 없이 입을 열 수가 없었던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말로 고등학교까지 공부를 마치고 대학생활을 시작했을 때...다른 중국 아이들과 똑같게 그들도 어려워하는 법 공부를 해야 했었습니다. 하지만 뒤지지 않고 대학에서도 장학금을 탔었습니다. 처음에는 이해를 못하고 그냥 책을 통으로 외워서 시험을 보기도 했구요...제가 미국서까지 장학금을 받는걸 어떻게 알게 돼서 대학 동창생들은 저는 워낙에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구요...남들은 장학금을 받으면 칭찬받는 분위기지만 저는 못 받으면 이상한 그런 분위기에서 대학공부를 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다 저한테 도움이 되는 일들이었죠... 덕분에 더 많은 공부를 하게 됐고 더 열심히 하게 됐고 그래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 4학년 시절부터 좋은 기회가 생겨 중국의 큰 로펌(Law Firm)에서 Assistant로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제가 특별히 우수해서가 아니라 우리말이 가능하여 남들보다 언어 하나를 더 할 수 있다는 이유 하나로 뽑혔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말 할 수 있고 법 공부를 하고 그리고 일상 중국어가 아닌 법률중국어를 능란하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을 때였습니다. 항상 저 자신의 실력보다 옆에서 도와주시는 많은 분들 덕분에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열심히 했었어요... 양복 빼입고 매일 한 코 쳐들고 당당하게 다니는 다른 assistant들처럼 당당하지도 자신감 차지도 못했습니다. 비서들 잔 심부름도 해주고 지난 십여 년의 case들을 쌓아놓은 저장실에서 먼지투성이로 종일을 보내기도 했었습니다...
하루에 자는 시간 빼고 마냥 일만 하고마냥 이어지는 출장 길에 때로는 한 달에서 일주일도 집에 들어갈 수가 없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주위에서 저를 대하는 시선이 달라지더라구요...
 
저한테 일을 시켜본 적 있는 파트너 분들이 다들 흡족해 하셨습니다외국어가 일어라서 자습으로 배운 영어로 다른 영어는 한마디 못해도 계약서만은 뜯어보고 재판정 나가고 하는 저한테 다들 대견해 하고 이뻐해 주셨어요...
60이 다 되는 고객 분들이 저한테 허리 굽혀 인사하면서 "변호사님"이라고 불러줬을 때 정말 너무 뿌듯하고 기뻤습니다.
그러던 경력 3년 차에는 중국 내 3번째로 가는 로펌 국제팀 파트너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고 국내 업계 top3이라는 보다 넓고 좋은 환경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기업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현재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인 nhn china에서 법무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 대표님이 입사 전 면접 시에 저한테 한가지 물음을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로펌 경력 몇 년 차와 사법고시 패스가 되었다고 그걸 믿고 당당하게 저희 회사에 이력서를 넣은 건가요?"그러셨습니다. 법무팀장 자리였으니깐요...
 
"아니요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훌륭하게 좋은 교육을 받았고, 좋은 직장에서 좋은 윗 분들을 만나 차 심부름부터 프로젝트 리더까지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일, 그 모두를 겪어보고 해봤습니다열심히 공부했고 열심히 쌓아온 지난 경력과 해낼 수 있다는 당당함으로 지원을 했습니다."라고 답을 드렸었습니다.
금년 3, 회사 입사 1 4개월 만에 s라는 평가를 받고 nhn글로벌 내에 가장 젊은 과장으로 승진을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장학금 설치 10주년 만에 이제야 그나마 목사님을 뵐 수 있을 것 같아 돌아갔습니다. 여러분의 고마운 마음으로 제가 이제 그나마 그 고마운 마음들에 누가 되지는 않고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구구절절 너-무 길게 썼죠? 어쩌면 자기 자랑 같기도 하고 목사님 앞에서는 너무나 부끄럽고...그러면서도 애처럼 고마운 어른들한테는 알려드리는 것이 맞을 것 같기도 하여 이렇게 메일로 말씀드립니다.
 
대학 4년 동안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했던 시절, 장학금은 결코 경제적인 도움뿐만이 아닌 저한테는 일종의 자부심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 어떤 전공보다도 문자와 언변능력을 중요시하는 법학과에서 다른 중국 아이들한테 한번도 뒤지지 않고 당당하게 할 수 있었던 자부심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자부심이 사회에 진출하면서 남들보다 좋은 직장, 좋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받침돌이 되었고 자신감이 되었습니다.
 
저 많이 애 같죠? 내일모레면 30이 되는 제가 여기까지 쓰면서 절로 유치하기도 하고 많이 쑥스럽기도 합니다. 이럴 만큼 구절구절 길게 썼다는 자체로 하여 오랜 세월과 함께 항상 너그러움과 베푸시는 마음으로 갈수록 자상해지는 목사님과 열심히 생활을 해오고 있는 저한테 마음을 베푸셨던 여러분 앞에서 자꾸만 숙여지는 고개를 어쩔 수 없네요.
 
이번 10주년 때 목사님이 하신 말씀 중에서 문뜩 느꼈습니다. 지난 10, 어쩌면 제가 너무 얻으려고만 했던 10년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베푼다는 것, 그리고 한번이 아닌 오랜 시간을 같은 마음으로 베푼다는 것... 참으로 그만큼 아름답고 고상한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저의 지난 시간들이 욕심으로만 느껴졌습니다.
"베풀다", "베푼다"가 오늘처럼 절절히 마음에 와 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10, 저의 마음가짐에 대한 방향을 잡을 수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20주년, 꼭 다시 볼 수 있겠죠? 그리고 꼭 다시 한번 그때까지 저를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오늘의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앞으로의 10년을 부끄러움 없이 목사님과 여러분에게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태 옥란 드림     July 2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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